고려 석탑 오층과 십층 그리고 흥국사 석탑의 비밀을 살펴보기

고려 석탑은 한국 불교 문화재 가운데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유산입니다. 흔히 우리는 조선 시대나 통일신라 시대의 석탑을 떠올리지만, 고려 석탑은 그 사이에서 독자적인 양식을 만들고 후대 석탑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려 석탑의 대표적인 사례를 한자리에 모아 구조와 역사를 정리하고, 실제 문화재를 찾아가며 느낄 수 있는 감상 포인트를 나누려고 합니다.

구분석탑위치건립 시기특징
고려 초기흥국사 석탑개성 고려박물관1021년강감찬 장군이 거란 격퇴를 기념하며 세움
고려 후기경천사지 십층석탑국립중앙박물관1348년대리석으로 만든 십층 구조와 화려한 조각
고려에서 조선으로금산사 오층석탑김제 금산사979년에서 981년사리장엄구가 출토된 오층 석탑

고려 석탑을 이해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이야기가 흥국사 석탑입니다. 이 탑은 원래 개성 흥국사 터에 있었는데, 지금은 고려박물관 야외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고려 초기인 1021년에 세워졌고, 국보문화유물 제13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남아 있는 탑의 높이는 2.61m에 불과하지만 원래는 다섯 층 규모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완성된 모습은 약 4.4m에 달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돌다루는 솜씨가 매우 섬세해서 당시 석공들의 뛰어난 기술을 짐작하게 합니다.

고려 석탑

흥국사 석탑을 실제로 보면 바닥돌과 밑단, 몸돌 하나, 지붕돌 세 개만 남아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런데도 탑기문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어 건립 연대와 세운 사람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귀중합니다. 탑의 남쪽면에는 보살계 제자 평장사 강감찬이 나라의 영원한 태평과 먼 곳과 가까운 곳의 평안을 기원하며 이 탑을 세워 공양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이 기록 덕분에 고려 초기 역사와 불교 신앙을 연결해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저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박물관 안쪽 ‘역사의 길’을 따라 걸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경천사지 십층석탑입니다. 보통 석탑은 절터나 야외에 서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탑은 실내 한복판에 있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고려 충목왕 4년인 1348년에 만들어진 이 탑은 대리석 재질에 십자 모양 기단과 십층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탑 전체에 부처와 보살, 용과 연꽃 문양이 촘촘히 새겨져 있어 마치 작은 목조 건축물을 돌로 옮겨 놓은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고려 석탑의 흐름을 보여주는 두 개의 십층탑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본 뒤에는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 있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두 탑은 약 120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만들어졌는데, 십층 구조와 대리석 재질, 십자 모양 기단까지 닮아 있어서 쌍둥이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원각사지 십층석탑은 경천사지 십층석탑의 양식을 이어받아 조선 세조 때인 1467년에 세워진 작품입니다. 탑골공원의 유리 보호각 안에 서 있는 이 탑은 조선 시대 석탑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정교한 조각을 자랑합니다.

두 탑을 함께 보면 고려 석탑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일제강점기 직전인 1907년에 일본으로 불법 반출되었다가 1918년에 돌아온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후 1960년대에 경복궁 야외에 세워졌지만 산성비로 인해 손상이 심해졌고,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하면서 실내로 옮겨져 오늘날까지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알게 되면 단순히 탑을 구경하는 것을 넘어, 문화재를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깊이 느끼게 됩니다.

금산사 오층석탑에서 발견된 보물

고려 석탑의 또 다른 흐름은 김제 금산사 오층석탑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 탑은 후백제의 견훤이 세웠다는 전설이 전해지지만, 실제 기록으로는 고려 경종 4년인 979년에 시작해 981년에 완성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높이는 7.2m이고 정사각형 평면에 단순하고 소박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원래는 구층이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지금은 오층만 남아 있습니다. 1971년 해체 수리 당시 발견된 중창기 덕분에 조성 시기와 관련 인물이 분명해졌습니다.

사리장엄구가 전해주는 이야기

금산사 오층석탑을 해체할 때 동제사리합과 청동 오층탑, 엽전, 불상 여덟 구와 동자상 한 구 등 다양한 사리장엄구가 출토되었습니다. 특히 불상들이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주어 탑보다도 더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유물들은 조선 초기 불사 과정과 사리 장엄 전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입니다. 실제로 탑 하나가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신앙과 정성을 담은 그릇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석탑을 감상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문화재를 찾아갈 때마다 저는 탑의 바닥돌부터 차례로 살펴봅니다. 기단부와 탑신부, 지붕돌의 비율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면 탑을 만든 사람이 얼마나 정밀하게 계산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 지붕돌 처마의 곡선과 받침 수를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고려 석탑은 통일신라 석탑보다 지붕돌이 얇고 처마가 가볍게 들려 있어서 전체적으로 날렵한 느낌을 줍니다. 이런 차이를 알고 보면 처음 보는 탑도 더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실제로 찾아갈 때 도움이 되는 팁

국립중앙박물관은 아침 일찍 가면 비교적 한적하게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탑골공원은 가볍게 산책하는 동선에 들러 보기 좋습니다. 두 곳 모두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이동하기 편해서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금산사 오층석탑을 보려면 전라북도 김제까지 이동해야 하지만, 절터 전체가 아늑하고 오층석탑이 주변 건물과 어우러진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만약 시간이 여유 있다면 가을 단풍 시즌에 함께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고려 석탑을 기억하는 방법

고려 석탑을 직접 눈으로 보면 책에서 읽던 역사가 훨씬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흥국사 석탑은 강감찬 장군의 염원을 새긴 탑기문 덕분에 나라를 지키려는 마음까지 읽을 수 있었고,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보존을 위한 노력을 함께 떠올리게 했습니다. 금산사 오층석탑은 탑 안에 담긴 보물들을 통해 불교 문화의 깊이를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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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석탑을 찾아갈 때는 단순히 오래된 돌이 아니라, 그 돌이 견뎌낸 시간과 그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고려 석탑의 얇은 지붕돌 곡선이 왜 그렇게 부드러운지, 왜 어떤 탑은 오층이고 어떤 탑은 십층인지, 그리고 왜 강감찬 장군이 이 탑을 세웠는지 하나씩 질문하다 보면 문화재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고려 석탑의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초기 석탑의 건립 배경과 후기 십층탑의 흐름, 그리고 오층탑에서 발견된 유물까지 살펴보았습니다. 흥국사 석탑이 보여주는 강한 민족적 자부심과 경천사지 십층석탑이 담고 있는 수난과 회복의 역사, 금산사 오층석탑이 전하는 신앙의 정성은 모두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가치입니다. 앞으로 문화재를 만날 때는 그 앞에 서서 잠시 눈을 감고, 그 탑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한 걸음 더 깊은 여행이 될 것입니다.

Q: 고려 석탑은 보통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A: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경천사지 십층석탑과 서울 탑골공원의 원각사지 십층석탑이 대표적입니다. 흥국사 석탑은 개성 고려박물관에 있으며 금산사 오층석탑은 전라북도 김제에서 볼 수 있습니다.

Q: 고려 석탑과 통일신라 석탑은 어떻게 다른가요?
A: 통일신라 석탑은 균형 잡힌 단층 기단과 두꺼운 지붕돌이 특징입니다. 고려 석탑은 얇은 지붕돌과 가벼운 처마 곡선을 가진 경우가 많고, 지역마다 다양한 양식이 나타납니다.

Q: 석탑을 감상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A: 바닥돌과 지붕돌의 비율, 처마 받침 수, 몸돌에 새긴 조각을 순서대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탑기문이나 사리장엄구가 남아 있다면 건립 연대와 당시 사람들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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